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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다큐

SBS스페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지강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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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지강헌 사건

지강헌 사건에 대해서 아시나요? 1988년 10월에 있던 탈주범들이 탈옥을 했던 사건입니다. 분명 범죄자들이지만, 단순히 지강헌 일당을 악당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사건의 흐름(후에 인질들이 탄원서를 써주거나 하는 등), 사회적 배경 등으로, 영화화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 날의 이야기를 SBS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최초로 당시에 인질이었던 분들의 인터뷰도 들을 수 있어서, 당시의 현장감이 정말 잘 느껴졌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그리고 비지스의 홀리데이

1988년 10월 8일 토요일, 영등포에서 공주로 죄수호송버스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재소자 중 한명이 교도관에게 소변이 보고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용변을 보는 척하면서 교도관들을 습격했습니다. 교도관의 옷과 바꿔입은 뒤에 25명중 12명이 탈주를 했습니다.

 

 이들은 본래 흉악범이 아니라 잡범이었는데 사회보호법에 의한 보호감호제도 때문에 징역형을 마치고도 보호감호처분을 받아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징역2년 보호감호 10년이라면, 2년을 살고 징역은 끝나지만, 보호감호라는 명목으로 10년을 추가적으로 징역을 살아야했습니다)

 

이들은 560만 원 절도를 저지른 자신은 무려 17년을 살아야 되는데, 알려진 것만 70여억 원을 횡령한 전경환(전두환의 막내동생)이 겨우 7년인(실제론 3년 3개월 만에 풀려남)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탈출을 했습니다. 인질극을 벌이면서, 전두환에게 가겠다고 엄포를 하기도 했지요.

 

 

다큐는 시간의 흐름대로 사건을 따라갑니다. 처음 탈출은 12명이 했지만, 일부는 서울에 룸사롱으로 가서 술을 거나하게 먹은 뒤에 바로 검거가 됩니다.

 

나머지 7명의 죄수들은 서울시 곳곳의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 숙박'을 벌입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정집을 택했던 이들은 2번째 인질 숙박이 성공한 이후, 한 낮에 대학병원 주차장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인질로 삼아 그의 집으로 향합니다.

 

인질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 탈주범들과 2박 3일 동안 계약 동거를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인질은 탈주범들과 술도 마셨는데, 캡틴큐라는 술이었다고 다큐에서 소개가 되었습니다. ( 한 번 마시면 다음날 깨어난다는...)

 

이러한 과정에서  탈주범들은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지강헌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다 차별, 상처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4명이 한 무리가 되어서, 서울의 주택가에 침입을 해서 인질극을 벌이게 됩니다.

 

지강헌 (당시 34세, 1954년생)

안광술 (당시 22세, 1966년생)

강영일 (당시 21세, 1967년생) - 생존

한의철 (당시 20세, 1968년생)

 

그렇게 탈주 9일째 되던 날, 북가좌동의 가정집에 숨어있던 일당은 자신들을 끈질기게 쫓던 경찰에게 발각되고 경찰과 최후의 대치극을 펼치게 됩니다.

 

인질로 잡혀있던 고 씨가 새벽 4시쯤에 탈출하여 신고를 했고, 곧바로 경찰 병력 1천여 명이 집을 포위했습니다. 인질범들은 새벽 4시 40분부터 경찰과 대치하여 실랑이를 벌이다가, 낮 12시경 강영일이 협상을 위해 밖으로 나와있을 때 한의철과 안광술이 지강헌이 가지고 있던 총을 빼앗아 자살했고 지강헌은 경찰에게 비지스 홀리데이 카세트테이프를 요구한 뒤 노래를 들으며 창문을 깨 유리조각으로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합니다.

 

자살 시도 직후 경찰특공대원들이 집으로 진입해 인질로 잡혀있던 가족은 모두 무사히 구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강헌은 깨진 유리로 자신의 목을 찔렀는데 이를 지켜본 인질이 비명을 지르자 지강헌에게 다리와 옆구리에 총을 발사하였으며 병원으로 이송 후 4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탈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당시 막내였던 강씨는 경찰에 검거되었습니다. 선고 공판에서 검찰은 15년을 구형했지만, 인질들이 써준 탄원서 덕분에 7년 형만 받았습니다.

 

탄원서에는 이들 때문에 겁도 먹고, 그들의 행동을 잊을 순 없었지만 아침밥을 먹고 떠나면서 "잘먹었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말도 남겼다며 "우리가 떠나면 신고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한 정말 미웠지만 미워할 수 없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셔서 희망의 빛을 벗 삼아 세상에 좋은 등대지기가 되길 기원한다면서 강 씨가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다큐에 출연했던 송은이님은,  "이 사건의 주인공들이 영웅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 같다"고 했는데,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분명 죄수들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인질들이 탄원서를 냈다는 점에서, 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을 한번 더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고, 또한 당시 반상회 등 그 당시 살아가는 풍경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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